상담 받아보라던지 병원 가보라는 조언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글이 꽤 길어 읽기 싫으신 분은 지나치셔도 괜찮습니다.우선 저는 25살 백수 4개월차 여성입니다.어릴 때에는 아버지가 농사를 하셔서 나름 남 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중학생때부터 부모님의 빚이 점점 커졌고 대출을 빌리기도 어려워져 제가 성인이 된 후 제 명의로 대출을 받아드리기도 하고 모아뒀던 돈도 빌려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출을 받아 모아둔 돈이라며 좀 드리기도 했고 현재 제 개인 빚은 2,600만원 정도 됩니다.부모님을 외면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빚이 늘어난 원인이 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부모님께 갚아야 할 것들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솔직히 일하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금액이고 지금부터 다시 노력하면 되겠지만 번아웃과 우울증이 도져서 그런지 이런 글은 절대 쓰지 않는 제가 입맛도 없고 잠도 잘 못자는 턱에 써보는 글입니다.태어났을 때부터 가게 하나 없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고 버스도 잘 다니지 않아 학교, 학원 심지어 놀러갈 때도 항상 어머니나 아버지가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돌아올 때도 미리 연락을 드렸어야 했고 너무 고마웠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미안하고 신경쓰였는데 사춘기가 왔던 중학생 때는 자유로움마저 없던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와 참고 참던 마음이 한 번 터지고 말았습니다. 부모님도 저한테 마음이 약해지셔서 나가 살자고 하시더군요. 할머니는 계속 생활을 하셔야하니 집은 두고 저희만 나왔고 더 잘 살아보자며 다른 일도 시작을 하셨는데 그때부터 형편이 점점 안 좋아지더니 이 지경이 됐습니다.어머니는 1년 전쯤 개인 회생도 신청하셨고 그저 주부로 살 수 있었을 어머니가 지금은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하시고 큰 수술로 허리도 안 좋으신 아버지는 농사 일이 적은 시기에 알바를 병행하고 계십니다.부모님이 나이 먹고도 저렇게 열심히 생활하시는데 이러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해서 나도 힘내야지 힘내야지 하는데 도저히 힘이 안 납니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노력조차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제가 왜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에게서는 하나둘씩 결혼, 출산 등 좋은 소식만 들려오는데 저는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신세한탄만 하고 있습니다.성인이 되고 첫직장을 4년 넘게 다녔지만 고등학생때부터는 부모님을 마주하면 불편한 마음만 생겨 대학 진학을 핑계로 타지에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일은 계속 해야했기에 대학은 평일에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토요일만 등교를 하는 과로 들어갔고 회사를 계속 찾아다녔지만 여러 이유로 이직이 잦았고 불합격도 꽤 받아서 이제는 들어갈 회사도 보이지 않습니다. 입사하면 또 이상한 사람이 있겠지, 또 사회생활을 해야겠지, 또 괜찮은 척 웃어넘겨야겠지, 또 매일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겠지.. 제가 정말 끈기없고 참을성 없는 인간이라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남에게 맞추며 사는게 어릴 때부터 싫었기에 개인주의적인 행동을 자주 보여 은근한 따돌림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자주 받았습니다. 그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 저에게도 그들에게도 딱히 큰 잘못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돌림이야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 그만이였지만 자존감이 매우 낮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라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조금이라도 욕을 덜 들으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겠지 하는 마음 때문에 제 성격을 죽이고 밝은 척 애써 살아온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회피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싫어하는 회사에 매일같이 출근하며 일하시는 모든 직장인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부럽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동기부여가 될만한 목표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건 이미 오래전에 마음을 접었고 지금은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빚 갚고 돈 모아서 뭐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하는게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먹고 잘살아야지,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이런건 당연한 부분일거고 당장 내 몸 하나도 살피지 못하는 저에게는 어떤걸 이뤄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질 않습니다.제가 인복 하나는 정말 좋아서 4년 만난 전남친도 2년 만난 현남친도 저한테 꾸준히 잘해주는 모습을 볼때마다 이 사람이 나를 왜 만나주는걸까 싶은 생각만 들고 미안한 마음만 들 바에야 헤어지는게 상대에게도 좋지 않을까? 라며 계속 헤어질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성격상 때때로 우울한 얘기를 그간 연인들에게 털어놔도 모두들 똑같이 말합니다. 너는 너를 너무 과소평가해, 너 자신한테 너무 엄격해 등.. 저에게 저라는 사람은 정말 무력하고 부정적이고 장점이란건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만 느껴집니다. 부모님, 남자친구 모두 저와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뭐라고 다들 저렇게 열심일까, 차라리 내가 없는게 나았을까, 이기적이지만 나라도 편해져볼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는데 오늘 그 마음이 너무 커져 힘들어 끄적여 봤습니다.저만큼 혹은 저보다도 훨씬 힘드신 분들이 많을텐데 다들 어떻게 용기내어 살아가시나요? 본받고 싶습니다. 저는 힘을 못내고 있지만 이 글 읽어주시는 분들은 항상 힘내시길 바라고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